[이양수 칼럼] 단일민족국가 환상에 사로잡힌 출입국 관리법 기사
  • 관리자 
  •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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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조인스 뉴스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11/15/3539633.html?cloc'=olink|article|default>

     

     

    [이양수 칼럼] 단일민족국가 환상에 사로잡힌 출입국 관리법 기사

     

    아미리가(亞美理加), 하와이 농장 그리고 가죽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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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월미도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을 13일 찾아갔다. 그곳에는 구한말 미국으로 떠난 이민 1세대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는 단편적인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1902년 제물포항을 떠난 102명은 해외이민의 개척자였다. 지금이야 미국에만 250만 명이 살고 있지만 당시 미국행은 인생을 건 도박이었다. 박물관 벽에는 미국 이민 초기에 떠난 7415명의 영문 이름이 동판에 빼곡히 새겨져 있다.

     

    이 박물관을 찾은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 백영중(79) 패코스틸 회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이달 초 서울에 온 백 회장은 단돈 20달러를 갖고 1956년 도미(渡美)해 지금은 연 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철강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오렌지 잘 따고, 청소 잘하는 게 애국이고 독립운동이다.” 남이 보지 않을 때 노예처럼 살지 말고 주인정신을 가지라는 메시지였다. 도산 선생은 1911년 9월 뉴욕항을 통해 입국했다. 백 회장은 “각국 교민들의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인을 보는 세계의 시각이 남다르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백 회장의 말대로 재미동포 2세, 3세들은 이제 미국 주류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하와이주 대법원장 문대양(69·미국이름 로널드 문) 선생은 지난해 6월 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해 100여 년 전 조국을 떠나야 했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쓰다듬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멕시코 이민은 비극의 씨앗이었다. 1905년 떠난 1033명의 한인들은 악덕 브로커에게 속아 배에서 내리자마자 ‘채무 노예’가 됐다. 그들은 유카탄의 불볕더위와 큰 가시가 달린 에네켄(잎이 넓은 선인장의 일종) 농장에서 4년간 지옥 같은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선인장 가시에 찔리고 중노동에 시달리고 굶주림과 폭력에 떠는 고달픈 신세였다. 이민자 대다수는 현지 사회에 동화되고 일부는 쿠바 행을 택한다. 80년대 후반에야 멕시코 이민이 정상화됐지만 교민 수는 1만5000명에 그치고 있다.

     

    법무부는 12일 국적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병역 의무를 다하면, 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에 대해 복수 국적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다. 해외출장 길에 교민들을 만나보면 우리 정부는 국민 숫자를 줄이려고 애쓰지 않나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홍콩특파원 시절 한 지인이 아들 병역 문제로 고민하는 걸 봤다. 이미 홍콩 시민권을 딴 마당에 한국으로 돌아가 입대하라 강요하니 아들 진로도 어정쩡해지고 부자(父子)관계도 나빠졌다는 토로였다. 일가족이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던 그는 어떤 결정을 했을까.

     

    하지만 국적법보다 더 급한 발등의 불이 있다. 첫째는 ‘단일민족국가’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출입국관리법이다. 둘째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에게 꽁꽁 닫혀 있는 이민 문호다. 셋째는 피부색에 따라 대접을 달리하는 인종차별이다.

     

    이것을 종합세트로 말해주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중 영국 국적을 갖고 호주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50대의 백인 K씨 얘기는 낯을 뜨겁게 만들었다. “내가 드나들 때는 아무 문제없는데 내 아내가 된 젊은 필리핀 여성은 꼭 공항에서 봉변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국이야말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들어와 사는 외국인은 110만 명에 이른다. 결혼, 취업, 공부, 연수 등 입국 목적과 자격은 다양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7대 경제대국’을 지향한다는 한국은 변변한 이민법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다. 고작해야 노무현 정부가 만든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이 있을 뿐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대(大)한국을 만들 수 있겠는가. 외국인을 배척해왔던 일본도 최근 외국인들의 입국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에서 국가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역시 일본과 가는 길이 비슷한데 일하는 품새는 영 다르다.

     

    우리 사회는 틈만 나면 미국·호주·캐나다의 이민법을 들먹이고 다른 나라의 인종차별을 탓한다. 하지만 우리 곁에서 사는 외국인들에게 물어보자. 한국은 구한말의 미국 같은 나라인지, 멕시코 같은 나라인지를. 돈이든 재능이든 노동력이든 한국을 키울 역량을 갖춘 외국인에게 문을 열자. 이민법과 이민국을 만드는 걸 더 이상 주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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