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경향뉴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0170128235&code'=940100>
“18년 살며 정든 고향 됐는데 ‘국외자’라며 연행 소름끼쳐”
김지환기자 baldkim@kyunghyang.com
ㆍ보호소에 갇힌 ‘다문화’ 미누 전화인터뷰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미누(38)가 불법체류자로 붙잡혀 법무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힌 지 16일로 8일이 지났다.
미누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 20대, 30대를 거의 한국에서 보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는 15, 16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경향신문은 미누를 면회하러 간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관계자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며 그는 보호소 내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왔다.
미누는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발음과 억양에 어색함이 없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한국인 친구들이 바리바리 싸들고 와 외롭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이주노동자방송국에 출근하다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단속반원들에 의해 연행됐다. 표적 단속이었다. 미누는 갑작스러운 연행에 대해 “한국 정부가 ‘너는 아웃사이더’라고 지적한 것인데 소름이 끼치고 무섭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반정부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누는 “사람이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게 표현의 자유라고 알고 있다. 이걸 반정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과 이주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문화활동을 했을 뿐이다.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한국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숨어서 한 것도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가 좋은 곳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활동했다. 이걸 (정부가) 이해 못하는 게 아쉽다”고 했다.
강제 추방될지도 모른다. 미누도 이 부분을 두려워했다. 그는 “18년을 살아오며 이제 한국은 내 고향이 됐다”고 했다. 이어 “선진국을 지향하고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설마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누 석방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는 미누를 네팔로 돌려보내는 것은 아마존 정글에 던져놓는 것과 같다고 했다. 미누는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네팔에는 생활 기반이 전혀 없다. 지금 내 삶의 터전은 한국”이라고 말했다.
석방운동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미누는 “너무 고맙고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특별체류허가가 나고, 석방이 된다면 무엇을 할지 물었다. 그는 “11월이면 내가 활동해 온 ‘스탑 크랙다운’ 밴드 창립 6주년이 된다. 한국인 음악 친구들과 함께 우정의 콘서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환기자 baldkim@kyunghyang.com>